지난달 12일 서울대병원에선 특별한 생일파티가 열렸다. 20년전 국내 첫 시험관 아기로 태어난 쌍둥이 천희, 천의 남매의 스무살 생일을 맞아 병원측이 당시의 의료진과 환자가족을 초청한 것. 동생 천의씨는 늠름한 군인이 됐고 누나 천희씨는 대학교 2학년에 재학중이다.
이날 누구보다 감격스러웠던 사람은 이 쌍둥이가 태어날 수 있도록 국내 1호 시험관 아기를 시술한 장윤석 서울의대 명예교수(74·마리아병원 명예원장). 불임부부들에게 희망의 물꼬를 터준 장원장으로부터 당시의 얘기를 들었다.
“대학병원에서는 산부인과가 암, 불임, 산과 등 3개 분야로 나뉘어 있는데 제 분야가 내분비 및 불임전공이었어요. 1978년 영국에서 세계 최초의 시험관 아기가 태어나는 걸 보고 ‘우리도 해야할텐데’ 생각만 하고 있다가 82년 산부인과 과장 발령을 받고 시험관아기 탄생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됐지요.”
외국의 불임센터 견학 등 준비과정을 거쳐 서울대병원 안에 시험관아기 전문센터를 세운 것이 83년. 1년간의 쥐실험 후 환자에게 적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39번의 실패를 거듭하다 40번째 환자인 천희씨 어머니 서정숙씨(48)에 와서야 성공에 이르렀다. 서씨는 첫번째 시도에서 임신에 성공했다.
서씨부부는 아이들에게 피해가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외부와의 접촉을 일절 끊었지만 초·중·고교 입학 때마다 장교수를 찾아와 인사했다. 장원장은 그때마다 아이들의 발육도 정상이고 학교생활도 잘 해 나가는 것을 보며 기뻤다고 했다.
20년전과는 시험관아기에 대한 인식도 많이 바뀌었지만 의학기술에도 많은 진척이 있었다.
시술 초기에는 난자 채취를 위해 복강경을 이용했기 때문에 배에 구멍을 뚫을 수밖에 없었으나 지금은 질 부위에 초음파 장비로 채취하기 때문에 구멍 뚫을 필요 없다는 점, 또 수정란을 만들 때 채취한 정액 속에 있는 정충 가운데 활기차고 잘 생긴 것을 딱 하나 골라내어 난자에 수정시키는 기술이 몇년전부터 도입돼 임신 성공률을 높였다는 점 등이 대표적이다. 대한의사협회에서 공인한 시험관아기 시술 인가 기관만 해도 지금은 전국에 90여곳에 이른다.
“많은 불임부부들이 시험관 시술을 한두번 하고는 실패할 경우 굉장히 낙담하지만 성생활이 왕성한 결혼 첫달에 임신이 되는 확률도 20% 정도밖에 안됩니다. 첫번째 시험관 시도에서의 성공률이 30~40%라는건 자연임신보다 확률이 훨씬 높은 겁니다. 희망을 가지세요. 5번의 시도 안에 성공할 확률은 70~80%로 높아지거든요. 또 지금도 시험관 시술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있고 앞으로도 발전의 여지가 많습니다.”
▲시험관아기와 인공수정
시험관 아기는 10개월 동안 시험관 내에서 키우는 것이 아니라 배란유도제를 투여하여 성숙한 난자를 채취, 남편의 정자와 시험관 내에서 혼합하여 수정시킨 다음 며칠간 배양한 배아를 자궁 안으로 이식하는 생식기술이다. 인공수정은 남성의 정자를 모아 여자의 몸에 인위적으로 넣어 수정되게 도와주는 방법. 대개 인공수정이 잘 안 될 때 시험관 아기를 시도하게 된다.
▲시험관아기에 대한 오해와 진실
Q. 시험관 아기 시술의 원인이 대부분 여성쪽에 있나?
A. 그렇지 않다. 밝힐 수 있는 원인만 보면 남성과 여성쪽의 원인이 4대 6 정도 비율이 된다. 이유가 밝혀지지 않은 불임도 20~30%에 이른다.
Q. 시험관 아기 시술시 기형아 확률과 남녀 출생 성비, 다태아 확률은?
A. 태아의 기형비율이나 남녀아 출산 비율은 자연임신과 같다. 단, 다태임신(2쌍둥이, 3쌍둥이 등) 비율은 자연임신에선 1% 정도이지만 시험관 시술을 하면 20~25%로 늘어난다.
Q. 시험관 시술의 과정과 소요시간은?
A. 배란유도 및 배란검사, 난자채취 및 정자채취, 시험관내 수정과 배양, 배아이식 등 4단계로 이뤄지는데 전체과정은 대략 2주에서 한달이 걸린다.
Q. 시술 실패시 어느 정도 간격을 두고 다시 시술하나? 연속 시도가 나은가, 충분히 쉬었다가 하는게 나은가?
A. 난소 회복을 위해 두달 정도 쉬게 되므로 보통 서너달의 간격을 두고 시술한다. 그 이상을 쉬더라도 해가 되거나 득이 되는 것은 없다. 시술과정이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기 때문에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환자 본인의 자세가 준비되었는지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
Q. 성공이 잘 되도록 하는 식이요법이나 운동은 없나?
A. 명확한 상관관계가 규명된 식사나 운동은 아직 없다. 단, 불임에는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가장 크게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불임과 관련, 시댁이나 친구, 배우자로 인한 스트레스가 암 등 질병에 걸렸을 때 못지 않게 증가한다. 이는 분노나 우울 등을 유발해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몸을 튼튼히 한다기보다는 마음의 이완과 스트레스 조절 해소를 위해 운동을 해 주는 것이 좋다. 음식에서도 카페인이나 알코올을 피하는 것 외에는 특별히 주의할 점은 없다. 균형잡힌 식사만 하면 된다.
Q. 자궁경으로 자궁청소를 하면 빨리 임신이 된다는 소문이 있는데.
A. 자궁청소는 전혀 근거없는 얘기다. 자궁경은 청소가 아니라, 다른 원인이 있는지를 검사하는 것이 목적이다.
Q. 난자를 많이 쓰니 폐경이 빨리 오는거 아닌가?
A. 여성은 태어날 때부터 ‘난자씨’라고 할 수 있는 원시난포를 가지고 태어난다. 이것이 익어서 떨어지는 것이 월경인데, 원시난포 수십만개를 가지고 태어나므로 몇백개를 썼다고 해도 폐경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도움말 : 불임 치료 전문 마리아병원>